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와인 공부는 못 참죠?
순서가 약간 꼬였는데 오늘은 다시 프랑스의 론 지역으로 돌아가서 시음을 미뤘던 북부 론 와인을 시음해 보겠습니다.
론 지역만 이렇게 3탄으로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부르고뉴나 보르도도 3탄이나 4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직 화이트는 하나도 다루지 못했었잖아요? 샤블리나 보르도 화이트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하하..
아무튼 지난 2탄에서는 남부 론인 꼬뜨 뒤 론을 두 병 마시고 제가 굉장히 고생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북부 론은 한동안은 마시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연말이기도 하니까 샴페인을 먼저 다뤄봤었고요.
1탄에서 공부한 내용을 더듬어 보면 북부 론의 주 품종은 시라입니다. 시라는 바디감과 타닌감이 있고 검은 과일향이 나며 야성적인 느낌의 와인이라고 배웠었는데, 실제로는 어떠한지 딩글댕글이 또 마셔봤습니다.
와인 시음기
▶ 22.12.31 / E.GUIGAL CROZES-HERMITAGE(2018) / 48,000원(이마트)
저는 동네 이마트에서 와인을 사는 편인데, 이마트에서 북부 론 와인이 정말 제가 산 단 한 종류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꼬뜨 뒤 론이나 샤토네프 뒤 파프나 지공다스 같은 남부 론 와인은 종류가 꽤 있어서 값이 저렴한 것을 찾아보고 고르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선택의 여지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유명한 와이너리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바로 론 지역 와이너리 하면 가장 먼저 생각이 날 법한 이기갈(E.GUIGAL)인데요, 이기갈에서 나온 크로즈 에르미타주를 구입했습니다.
이제 와서 얘기하면 아무리 찾아봐도 보통은 싸면 2만 원 후반, 비싸도 3만 원 중반 정도의 가격대여야 할 텐데 저는 무려 4.8만 원에 구매했는데요...!
할인도 없고 비싸게 산 것 같아서 짜증은 나지만 선택의 여지가 아예 없었고, 비싸다고 다른 이마트나 롯데마트나 홈플러스를 가기엔 또 너무 귀찮아서 그냥 쿨거래 했습니다ㅎ
포도 품종은 시라 100%입니다. 단일 품종 레드와인은 부르고뉴 피노누아 이후로 처음이네요. 알코올 도수는 꼬뜨 뒤 론하고 비슷한 14%였습니다.
제일 먼저 색을 확인해 보면 어두운 보랏빛에 가까운 루비색이었습니다. 잔을 몇 번 흔들어서 향을 맡아보니 익숙한 향이 났습니다. 바로 약 2주 전에 마신 꼬뜨 뒤 론의 냄새와 비슷했는데요. 살짝 매캐한 냄새와 검은 과일의 단내 그리고 알코올향이 처음엔 꽤나 강하게 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냄새를 맡아봤다는 사람이 없어서 좀 어이없게 들리실 수 있지만 뭔가 양송이버섯 같은 냄새가 살짝 났어요,, 마지막으로 오크향이 확실하게 났습니다.
맛을 볼까요? 처음에는 아이폰 메모장에 '단맛 없음'이라고 적었는데요. 마시면 마실 수록 단맛이 올라와서 더 마시기 쉬운 상태가 됐고요. 저는 마라탕과 꿔바로우, 지삼선과 함께 먹었는데 음식이랑 먹으니까 더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꼬뜨 뒤 론하고 상당히 흡사해서 신기했습니다. 부르고뉴나 보르도 와인을 마실 때 음식과 함께 먹는다고 단맛이 더 난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거든요.
처음에는 뭔가 포도껍질을 씹을 때 나는 살짝의 떫은맛이 느껴집니다. 타닌감이 느껴지고, 쓴 맛이 묵직하게 입안을 채웁니다. 그래서 뭔가 와인이 강하고 바디감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씁쓸한 피니쉬가 이어지고 피니쉬의 마지막에선 살짝의 풀 맛 같은 것이 남습니다.
크로즈 에르미타주 총평
제가 2탄에서 마셨던 꼬뜨 뒤 론의 와인들이 시라 비중이 그리 적지 않았었거든요. 35~40%였는데 그래서 그런가 맛에서 상당한 유사함이 보여서 재밌었습니다. 보르도 와인은 마실 때마다 달라서 품종을 제가 파악하기가 어려웠거든요... 흑흑..
다만 꼬뜨 뒤 론과의 차이점은 확실히 쓴 맛이 더 강했고 단맛은 덜했습니다. 와인이 부드럽기보다는 뭔가 강한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음식과 곁들이지 않은 초반에는 더더욱이요. 그리고 오크향이 좀 더 두드러졌습니다. 오크향은 오크통 숙성 여부 등의 양조 방식의 차이겠지만요!
시라가 강렬하다고 해서 조금은 걱정이 됐는데 저도 어느 정도 와인의 타닌감과 산미와 쓴맛과 알코올맛에 적응이 된 건지 마시기가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와인 시음 및 평론에서 쓰이는 단어로의 후각적, 미각적 포인트를 찾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그래도 마시다 보니 어느 정도 특징 정도는 보이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이 마시다 보면 더 잘 보이겠죠..?
이기갈의 꼬뜨 뒤 론을 예전에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맛있게 마셨었고, 그 이후에 유튜브에서 마스터오브와인 아저씨들이 이기갈의 꼬뜨 뒤 론을 상당히 잘 만들어진 꼬뜨 뒤 론이라고 평가하셔서 이기갈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데요. 이번 이기갈의 크로즈 에르미타주의 맛을 잘 기억해서 시라의 특징, 그리고 북부 론 크로즈 에르미타주의 기준을 잘 세워놔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샴페인 시음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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