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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글댕글의 와인공부

프랑스 보르도(BORDEAUX) 와인 공부 - 2 (보르도 블렌드 시음)

by 딩글댕글 2022. 12. 13.

보르도 와인 두 번째 시간! 보르도 블랜드 시음 후기를 나눠볼까 해요.
제 시음 후기가 정보성 글은 아닌 것 같지만,, 저처럼 초보자 분들께는 초보자의 시선이 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고, 또 저 나름의 성장과정 기록을 위해 계속해서 열심히 작성을 해보겠습니다~!!

제가 보르도 1편에서 보르도 레드 와인을 무려 5병이나 마셨다고 미리 예고를 했었는데요.
와인을 이렇게 각 잡고 공부하기로 다짐하기 전에도 가끔씩 편의점에서 칠레의 디아블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몇 번 사보기도 했었고 그 외 신대륙의 카베르네 소비뇽도 가끔씩 마셨었거든요?? 조셉 펠프스의 이니스프리라던가..!
그때도 같은 포도 품종의 와인을 마셨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의 편차가 굉장히 커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품종에 대해서 파악해보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동안 다섯 병의 보르도 블렌드를 마셔봤는데요! 과연 딩글댕글은 품종 파악에 성공하였을까요?!



와인 시음기

 

22.11.28 / CHATEAU PEY LA TOUR(2019) / 19,900원(GS25)

 

샤토뻬이라뚜르
샤토 뻬이 라 뚜르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서 사 온 와인 샤토 뻬이 라 뚜르입니다. 두르뜨(Dourthe)라는 유~명한 대형 와인메이커에서 생산하는 와인이라 그래도 믿을만하지 않을까 해서 들고 와 봤는데요.

보르도의 가장 기본급 와인인 보르도 레드 와인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샤토와 보르도 외에 다른 마을 이름이 쓰이지 않은 게 보이시죠?
품종은 메를로가 91%, 카베르네 소비뇽이 5%, 카베르네 프랑이 4%입니다. 메를로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 아마 부드럽고 마시기 쉬운 와인이 기대가 됐는데요.

먼저 와인을 오픈하고 잔에 따라 색을 확인했습니다. 이틀 전 피노누아를 시음해서 확실히 색의 농도 차이가 보였어요. 피노누아는 뒤에가 다 비칠 만큼 여리여리한 루비색이었다면 이 와인은 훨씬 진한? 불투명한 루비색이었습니다.

이제 냄새를 맡아볼까요? 윽... 알콜향이 무지막지하게 납니다. 처음에는 정말 알콜향이 코를 쑤시고 들어와서 다른 냄새는 맡을 수도 없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계속 맡아보면 매캐한 흙냄새와 요거트 냄새가 났습니다.

맛 역시도 알콜 맛이 정말 강합니다.. 피니시(finish, 와인을 삼킨 후 입안에 남는 맛과 향)가 긴데 그게 다 알콜의 쓴맛입니다... 쓴맛 때문인지 입안을 조이는 듯한 타닌도 상당히 느껴졌습니다. 단맛이 적고 산미도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 총평 : 나름 대형 와인메이커라 저렴한 와인도 기본은 하지 않을까 했지만.. 와인 보관을 잘못해서 와인이 맛이 간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말도 안 되게 알콜맛과 알콜향이 지배적이었다.... 유일하게 한 번에 다 마시지 못함. 2점 / 10점





22.12.02 / DOURTHE GRANDS TERROIRS SAINT-EMILION(2019) / 22,800원(이마트)
22.12.02 / CHATEAU MONT-PERAT(2019) / 27,800원(이마트)

 

두르뜨그랑떼루아&샤토몽페라
두르뜨 그랑 떼루아 & 샤토 몽페라



주말을 맞이하여 + 축구 보면서 마시려고 이마트에서 두병의 와인을 준비했습니다! 며칠 전 저에게 알콜펀치를 날렸던 두르뜨 그랑 떼루아 생떼밀리옹과 만화 '신의 물방울'에 나와 엄청난 인기를 끈 샤또 몽페라입니다.

같은 빈티지의 와인들이었고 정확한 포도 품종의 비율을 아무리 찾아도 못 찾아냈습니다.. 빈티지마다 품종 비율도 달라지는데 블로그를 뒤져도 다들 다르게 써놨더라고요. 두르뜨 와인은 심지어 홈페이지까지 봤지만 품종 비율은 안 써놨더라고요 이것들...! 그러나 둘 다 공통점은 주품종이 메를로라는 것입니다. 빈티지까지 똑같아서 며칠 전 샤토 뻬이 라 뚜르가 생각나서 조금 떨렸지만... 그래도 마셔봐야겠죠?

둘 다 진한 루비색이었고요. 빈티지가 똑같고 포도 품종도 거의 흡사해서 색의 차이는 제눈에는 없어 보였습니다. 냄새는 둘이 달랐는데요. 오픈하자마자 맡은 두르뜨의 그랑 떼루아는 쨍하고 시큼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약간 찌린내처럼 느껴졌습니다..! 오픈하고 시간이 지나니 향긋한 과일향과 흙냄새가 났습니다. 샤토 몽페라는 아주 가벼운 향긋함이 풍겼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오크향과 바닐라향 같은 크리미 한 단내가 났습니다.

냄새가 너무 달라서 맛도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신기한 게 맛이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샤토 몽페라는 입에 넣자마자 단맛과 함께 혀가 찌르르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찌르르한 느낌이 타닌감인지 확신은 잘 안 서요.(같이 마신 사람은 타닌이 안 느껴졌대서요..) 암튼 혀가 저릿할 정도로 강력한 맛이었고 산미는 약하지만 툭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도였습니다. 강렬한 맛에 비해 피니시는 짧았습니다.
두르뜨는 냄새는 시큼한데 맛은 샤토 몽페라와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근데 산미가 더 셌고, 역시나 단맛과 함께 혀를 조이는 타닌이 꽤 길게 이어졌습니다.


○ 총평 : 메를로의 비중이 높은 두 와인. 둘 다 뭔가 농축된 듯한 강렬한 맛과 단맛, 또 풍부한 과일의 맛이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둘 다 가격 대비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두르뜨는 이름 달고 내면 열심히 하는가봐요...? 둘 다 8.5점 / 10점




22.12.05 / CHATEAU LANESSAN(2011) / 29,800원(이마트)

 

샤토 라네쌍
샤토 라네쌍



보르도 와인은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는 품종은 장기 숙성용 품종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병입 후 바로 마시는 것보다는 여러 해를 숙성해서 먹으면 훨씬 더 풍부한 맛들이 난다고 하고 좋은 와인일수록 오래된 빈티지가 비싸게 거래되곤 합니다. 긴 세월을 버텨낼 정도의 힘이 없는 그리 좋지 못한 와인들은 차라리 바로바로 마셔버리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 같은 와인 초보가 마트에 있는 거나 사서 마실 수 있지 숙성을 어떻게 하겠어요. 10년 이상 된 와인은 마실 기회가 한동안은 없겠거니 했는데 아니 이마트에 떡하니 2011년 샤토 라네쌍이 있는 거예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 사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데려왔습니다.

오 메독 와인답게 드디어 카베르네 소비뇽 비율이 더 높은 와인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60%, 메를로 36%, 쁘띠 베르도 4%입니다.
잔에 따라 봤습니다. 오래된 빈티지 와인의 색을 드디어 구경해보네요!!! 색은 가넷 색? 확실히 지금까지 마신 와인들에 비해서 더 따뜻한 색이었습니다.
향을 맡아보니 처음엔 요거트 냄새가 났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좀 더 향이 강해지며 상큼한 과일향이 났고, 그 후에는 흙냄새가 났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더 지나니 뭔가 시큼한 간장 냄새 + 연한 팔각향 같은 것이 났습니다.

그리고 맛을 봤는데요. '와인이 열리지 않았다'라는 표현을 드디어 경험해봤습니다.
정말 물탄 것처럼 맹숭한 맛이 났습니다. 타닌과 산미도 없고 과일향도 없고 단맛도 없는데 약간의 짭짤함과 스파이스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계속 잔을 빙빙 돌리면서 브리딩을 시켜줬습니다. 그랬더니 점점 신맛과 알콜맛이 나면서 와인의 간이 세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시큼하고 씁쓸하고 짭짤하고... 뭔가 쌀과자 맛 같은 것도 나고요...? 네.. 그게 다였습니다.



○ 총평 : 연하고 밋밋하던 와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나타나는데 그 맛이 썩 좋진 않았습니다. 과일향이 잘 나지 않고 산미와 짭짤함만 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맛 자체도 그리 묵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6점 / 10점(새로운 경험에 점수를 줬습니다...)




22.12.07 / CHATEAU GUIBON(2018) / 19,000원(이마트)

 

샤토기봉
샤토 기봉



당분간 마지막 보르도 와인이다 하고 이마트에서 주워온 샤토 기봉. 편의점에서도 판다고 해서 불신이 있었거든요... 지난번 샤토 뻬이 라 투르 이후로 편의점 보르도가 두려운 딩글댕글...
그럼에도 구입하게 된 건 유튜브 채널 '와인킹'에서 마스터 오브 와인 아저씨들이 엔트리급 와인으로 괜찮다는 평을 해주셔서 전문가를 믿고 도전해봤습니다.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50%, 메를로 50% 보르도의 주품종을 딱 반반 섞은 와인입니다.

일단 그리 오래되지 않은 빈티지라서 색은 역시나 진한 루비색을 뗬습니다. 향을 맡아보니 또 요거트 향이 났습니다. 앞으로 다른 지역과 품종의 와인들을 더 마셔보면서 이 반복되는 요거트향의 정체를 분석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검은과실향이 났고요, 아주 약한 가죽향이 났습니다.
맛은 살짝 밋밋했습니다. 그래서 마시기가 굉장히 쉬웠는데요. 맛에 거슬리는 구석이 없이 발란스가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혀가 당길 정도의 타닌은 없지만 중간 이후로 쓴 맛이 샥 나는데 그게 타닌인 건가 싶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리 강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 총평 : 역시 전문가 말은 믿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가격에 이 정도면 그냥 식사할 때 데일리 와인으로 손색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만큼 무난하고 샤토 몽페라나 두르뜨 그랑 떼루아 생떼밀리옹처럼 막 존재감을 드러내는 와인이 아니라 스멀스멀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랄까! 저는 삼겹살과 먹었는데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7점 / 10점
MW아저씨들은 여기서 풀향기도 느꼈다고 그러고 초콜릿도 느꼈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걸 보고 나서 맡아보려고 용을 써도 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의 후각이란... 후...



보르도 블렌드 총평

11/28~12/7까지 약 열흘 동안 5병의 보르도 와인을 열심히 마셔봤는데요. 알단 너무 다 다른 와인들이었습니다..
네... 당연히 떼루아 못 읽고요.. 품종 특징..? 모르겠어요 그런 거...
보르도 와인의 특징인 풀냄새... 도저히 안나고요... 오크향도 항상 다른 향들에 가려져서 못 맡을 때가 많습니다.
향을 좀 더 쪼개가면서 느껴봐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킁킁거리니 실력이 늘겠나 싶고요..!

아무튼 맛있게 마신 와인들도 있었고 최악의 와인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보르도 와인은 부르고뉴에 비해 절반밖에 안 하는 가격이어서 가진 것이 없는 직장인이 시음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부르고뉴 2병 가격이 보르도 5병 가격과 거의 비슷해요.

맛은 너무 천차만별이라 감히 뭐라 정의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제가 메를로 비중이 높았던 와인들을 더 맛있게 마셨으니까 도전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엄청 강렬한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면 샤토 몽페라를 드셔 보세요!!! 입문용 보르도 와인으로는 샤토 기봉을 추천드립니다. 밋밋하지만 모난 곳 없는 평범한 와인이었습니다. 그 맛을 기본으로 삼으면 어떨까요오...(모름)

다음에 여러 지역을 다 돌고 다시 보르도 와인을 마시게 된다면 그때는 여러 마을급 와인들을 비교하면서 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딩글댕글의 두 번째 프랑스 와인 시음 후기였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두병씩 시음을 해야겠습니다. 확실히 그래야 좀 더 맛이 잘 느껴져요.
친구들이랑 다 같이 컵라면 먹을 때, 친구 튀김우동 한 젓가락 뺏어먹고 나면 제 라면의 맛이 더 잘 느껴지는 거 경험해보셨나요..? 저는 왜 육개장 이름이 육개장인지 늘 의문이었거든요? 그냥 라면 맛인데 왜 이름을 저렇게 지었지!! 근데 튀김우동 먹고 육개장 먹으면 정말 우리가 아는 그 육개장 맛이 납니다..!!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결론은 두병을 같이 비교해보면서 시음하면 딩글댕글의 시음 능력도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지역은 어디로 할지 아직 확정은 못했는데요. 아마 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 주 전에 이기갈의 꼬뜨 뒤 론을 마셨었는데 진짜 맛있게 마셨었거든요. 꼬뜨 뒤 론은 가격대도 저렴해서 또 행복한 시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마트에서 할인도 자주 하는 것 같고요.

보르도 와인 시음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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