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다시 와인에 관심이 많아진 딩글댕글입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피에몬테 와인 시음기로 찾아왔습니다.
스크루지 생활 중이라 와인 중에서도 꽤나 비싼 편인 피에몬테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시음은 한참 후에나 할 줄 알았는데요.
2024.04.01 - [딩글댕글의 와인공부] -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와인공부 - 1 (지역 / 품종)
그냥 한번 들러본 이마트에서 랜더스데이라고 와인을 거의 전품목 20% 할인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너무 열받는게 제가 며칠 전에 산 보르고뇨 노네임도....
6만 원 후반에 샀는데 5만 원 중반에 팔고 있더라고요..
...시익... 아무튼 20% 할인하는 가격으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한 병씩 업어왔습니다.
14 빈티지 바바 바롤로와 18 빈티지 프루노토 바르바레스코를 두 병 합쳐서 11만 원 정도에 업어왔고요,
빈티지와 지역이 다르지만 포도 품종은 같은 두 와인을 비교 시음해봤습니다. (노네임은 다음에 다른 품종의 와인과 한번 비교 시음 해볼까 해요!)
그리고 시음을 하면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의 특징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출발~!
▶ 24.04.06 / BAVA BAROLO(2014) / 63,840원(20%할인가) (이마트)
자 첫번째로 바바 바롤로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바바 바롤로를 왜 골랐냐?
바로 빈티지 때문이에요.
지금 이마트에 있는 바롤로들을 보면 대부분이 2018 빈티지였는데요.
네비올로 품종이 장기숙성형 포도라는 말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14 빈티지를 먹으면 좀 더 네비올로의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다만 빈티지 차트를 보면 14빈티지는 바롤로에서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더라고요.
빈티지 자체는 그닥이지만, 상대적으로 숙성된 바롤로를 맛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구매해 봤습니다.
바바(Bava)는 1911년에 설립된 가족경영 와이너리라고 합니다. 포도 재배는 160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음악과 와인의 조화라던지 꽤나 캐릭터 있는 와이너리인 것 같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와인 도수는 13.5%이며, 당연히 바롤로 DOCG이므로 네비올로 100%입니다.
와인을 오픈하고 첫 향을 맡았는데 뭔가 꾸리꾸리한 냄새가 났습니다. 오래된 빈티지여서 일 수도 있지만 코르크가 정상인 것으로 봐서는 말로만 듣던 환원취(reduction)인 것 같았습니다.
환원취는 여러 논리들이 있던데, 병입 한 와인이 산소가 부족해서 산화의 반대인 환원이 된 상태로 되면 황화수소를 뿜어낸다. 이때 이 황의 냄새가 썩은 달걀 냄새 같은 꾸리꾸리한 향을 낸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충분히 브리딩을 해주면 날아간다고 하는데, 정말 오픈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니 꾸리꾸리한 냄새는 거의 사라지긴 했습니다.
꾸리꾸리한 냄새와 함께 붉은 과일향과 쇠냄새 같은 게 났고요.
바롤로, 이따 밑에서 볼 바르바레스코도 그렇지만 색은 가넷색입니다.
보통 와인이 숙성될수록 처음의 어두운 루비색에서 가넷색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18 빈티지인 바르바레스코도 가넷색인 것을 보면 와인 자체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물탄 콜라색 같기도 하고요.
맛을 보면 확실히 타닌이 느껴지고 뭔지 모를 향신료 향이 납니다. 또 짭짤하고.. 산미가 점점 느껴지고요.
와인 자체가 엄청 무겁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바롤로를 와인의 왕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남성성이 느껴지는 와인이라는 뜻일 텐데, 타닌이 확실히 바르바레스코와 비교했을 때 강하긴 하지만 와인 자체가 막 세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맛은 지금까지 마셔본 와인들 중에서는 상당히 복합적인데 그 밸런스가 어디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과일향이 많이 났는데, 마셔봤던 프랑스 와인들의 맛도 떠올려지고.. 재밌게 마셨습니다.
▶ 24.04.06 / PRUNOTTO BARBARESCO(2018) / 47,840원(20% 할인가) (이마트)
바바 바롤로와 비교하며 함께 마신 와인은 프루노토의 바르바레스코입니다.
와인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항상 와인 파는데 구경하다 보면 요 프루노토의 라벨이 눈에 띄었어요.
엄청 심플하고, 폰트도 엄청 예쁘고.. 나중에 꼭 저 와인을 마셔봐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드디어 마셔보네요.
프루노토는 피에몬테에서 처음으로 크뤼를 만든 와이너리라고 하는데요.
1989년에 안티노리라는, 프랑스로 치면 네고시앙 같은 큰 규모의 와이너리가 인수를 했다고 합니다.
안티노리는 찾아보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하는데, 확실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알기로 안티노리는 토스카나의 와이너리인데 얼마나 커졌으면 피에몬테의 와이너리까지 인수했을까 놀랐습니다.
안티노리의 기본급 끼안티 클라시코를 두 번인가 마셔보고, 화이트 와인도 마셔봤는데 그냥 다 맛있게 마셨습니다.
막 뜯어보면서 향이 어떻고 맛이 어떻고 생각하면서 마시진 않았는데 무난하고 거슬리지 않게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이었어요.
알코올은 14%로 바바 바롤로에 비해 조금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처음에 오픈했을 때 엄청 향긋한 향기와 함께 알코올향이 좀 나더라고요.
18 빈티지도 바르바레스코에서는 엄청 좋은 빈티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마트 같은 데서 싸게 파는 거겠죠?ㅎㅎ..
자연에서 얻는 것이다 보니 그 해마다의 기후의 영향에 따라 빈티지가 와인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다음에는 또 같은 와인을 다른 빈티지로 비교해 보면서 마셔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색은 역시나 가넷색? 말린 장미색을 물에 탄 색..? 고런 색입니다.
제가 보기에 바바 바롤로보다 살짝 더 투명하지만 좀 더 붉은기가 있는 것 같아 보였어요.
맛을 한번 보니 첫맛에 담배맛이 났고요. 타닌은 확실히 바롤로와 비교하니 적은 편. 산도도 그리 높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짭짤하고, 역시나 붉은 과일맛이 났고요. 근데 오픈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 산도가 더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졌고요.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과일맛이 풍부하게 났습니다. 괜히 1시간 정도 전에 오픈을 해두라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이렇게 오픈하자마자의 상태에서 점점 시간이 변하면서 맛과 향이 바뀌는 것을 느끼는 것도 와인을 마시는 재미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다 열린 상태에서만 마셔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오늘 마신 두병의 와인이 확실히 리제르바가 아니라서 그런지 오크향이 그리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네비올로 품종임에도 확실히 타닌에서, 또 향에서 차이가 났습니다.(바롤로가 환원취가 있어서 좀 더 드라마틱하게 비교가 되기도 했어요;)
기본적으로 바롤로는 병입전 숙성기간이 3년(1년 반 오크숙성), 바르바레스코는 2년(9개월 오크숙성)입니다. 이렇게 두 와인은 숙성기간에서도 차이가 있고요, 둘이 비슷한 동네에 있음에도 토양도 고도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확실히 바르바레스코가 쭉쭉 마시기 쉬운 와인 같고, 바롤로는 좀 더 타닌이 강하고 복합적인 맛이었습니다.
비슷한 부분도 있었는데 일단 검은 과일보다는 붉은 과일의 뭔가 좀 쨍한 느낌이 있었고 둘 다 뭔가 짭짤한 미네랄리티를 느꼈어요.
위에서 잠깐 말씀드렸듯 와인 빈티지 차트를 보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둘 다 장기숙성형 와인이라 그런지, 시음적기를 뭔 거의 2000년 초반대로 보더라고요...? 그런 빈티지 와인은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MW아저씨가 맛있는 와인은 언제 먹어도 맛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물론 숙성을 하면 다른 여러 맛들이 더 생겨나겠지만 좋은 와인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피에몬테의 와인 시음까지 하면서 이탈리아 와인공부는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이탈리아 와인을 안 마시겠다는 건 아니고요. 앞으로는 여러 지역 와인을 비교해서 마셔보는 재밌는 와인 공부를 또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미국와인이나 칠레 와인, 스페인와인까지 국가별로 공부할 와인이 많긴 하지만...
가장 클래식한 프랑스와 이태리 와인 공부를 먼저 해놓고, 같은 품종을 뉴월드 와인과 비교하는 등으로 공부를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시음을 너무 띄엄띄엄하다 보니 품종 구분을 할 수나 있을까 싶습니다. 각 지역별 특성도 가물가물해요..ㅎ
앞으로는 더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2023.04.22 - [딩글댕글의 와인공부] -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와인 공부 - 2 (키안티 클라시코 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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